도시락
[루치스파] 폭풍을 부르는 지방검사와 레오파드셔켓의 형사, 사랑을 추격하다! 6 본문
(번외편)
그나저나 스팬담은 왜 이렇게 외로워진 것일까?
루치는 왜 보고 싶은 거고, 왜 만나러 가고 싶은지... 아마 본인도 루치를 그 의아함의 골처럼 바라보면서 달리고 있을 거임.
그 이유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야기를 되돌려보면 다시 루치가 등장함. 운전 중인 그의 옆에는 스팬담이 있음.
루치가 실종하기 한참 이전, 데릭이 나타나기도 전, 스팬담의 시점임.
텅 빈 도로에서 여유롭게 드라이브 중인 두 사람. 루치는 올 때처럼 신묘한 기술을 선보일 생각이 없는지, 크고 유연한 도로에 올라 부드럽게 운전하고 있음.
집 앞까지 데려다 주겠다 자청하는 것을 거절할까도 생각했지만, 스팬담은 지금 너무 피곤했음.
그리고 우버 오는 곳까지만 같이 가자고 요청하는 것도 웃김. 루치의 제안은 거절하면서 요구는 요구대로 하는, 복잡한 주문을 흔쾌히 받아들여줄 것 같지는 않음. 그래서 무력하게 차에 몸을 실고 조용히 생각중임.
그러니까 이거를.. 일종의 한풀이? 였다고 받아들이면 되나?
무슨 첫사랑의 환상 비슷한 거라서 추억 만들기를 한 거고?
그렇다면 조용히 넘어가면 그만이겠네. 스팬담은 주책 부릴 생각이 전혀 없었음. (영계 좋다고 쌍수들고 환영하기에는 본인도 아직 아슬아슬하게 결혼 적령기임) (만나도 또래를 만날 것이며, 독신 생활 나쁘지 않았음)
여튼 루치의 의도나 계획이 궁금하지도 않음. 그냥 오늘은 '오늘'이고 '내일'과는 연결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함.
아니, 그러면 좋겠다, 그럴듯한 이유도 그럴듯한 미래도 그럴듯한 약속도 없는 관계면 돼... 너는 너무 복잡하거든.
아닌가? 네 입장에서는 깨끗한 백지로 새 시작을 한 거니까 내쪽이 복잡하다는 표현이 정확할지도?
아무튼 더 이상의 로브 루치는 사양이다.
나한테 너는 통제되지 않고 떨어지지도 않는, 아주 오래된 무언가여서 같이 가는 것만으로도 감당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해버리거든...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차가 멈춤. 벌써 도착했나 싶었지만 그렇지는 않음. 그냥 휴게소임. 아니면 기름이 떨어진 건가? 그래서 운전석을 바라보면, 루치도 그를 바라보고 있었음.
근데 얘 표정이 이상함. 무슨 말을 하려고 이러나 무서움.
"...호텔로 갈래요?"
아, 진짜 감당 안되게 만드네.
"왜 그런 표정이예요?"
"아니, 예상을 못한 말이라서."
염치도 없고...
(그냥 체력적으로 힘들어서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 경우가 없음. 하루만에 어디까지 진도 뺄 수 있나 실험하는 것도 아니고, 몰염치하고 파렴치함. 나랑 비교해서 11살 차이인 거지, 너 성인이잖아... 어디가서 마냥 어린 취급 받을 나이가 아니잖냐...
불편한 차에서 그만큼 피곤하게 했으면 됐지, 여기서 또 무슨 호텔 타령을 해? 애초에 아까 그게 무슨 고백에 속하는 거야? 상대가 너라서 내가 휘둘린 거지, 임마 너 매너가 왜 그 모양이냐? 딴데 가서도 그러면 뺨 맞아, 미친놈아...)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있어, 진짜... 스팬담은 짜증도 나고 피곤해서 어깨를 배고 등을 돌림. 근데 루치는 아예 벨트까지 풀고 다가온다.
"당신은 관음적이야."
뭐요?
너무나 얼척 없는 소리에 스팬담은 벌떡 일어남.
지는 내 뒷조사하고 다녔다는 말을 그렇게 당당하게 하더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군요."
"계속 주시하잖아요. 날 예측하려고 하고. 왜 그러는 겁니까?"
관심없는 척하면서 피해 다니고.
"내가 당신한테 잘못한 게 있는 사람인 것처럼 굴지마세요."
루치는 스팬담의 손끝을 잡음. 스팬담은 이걸 여전히 감이 좋다고 해야 할지 헛다리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근데 너도 내 이직 막으려고 개지랄 했잖니....
"그 예측이 가능했던 것도 아닌데, 뭘 자기가 손해봤다는 식으로 말합니까?"
"당신의 예측 내에서 움직여드리면 그때도 손해 안 봅니까?"
와, 질문에 질문으로 대꾸하는 싸가지... 그리고 미친 듯한 궤변... 스팬담은 이게 대화인지 공포 시집인지 모르겠다고 생각함. 그리고 은근히 꾹 붙잡힌 손가락을 빼내려고 힘을 줬는데 안 빠짐.
"놔요." "오늘 그냥 외박하시죠."
"아니, 싫다니까??" "싫다고는 안하셨습니다. 당신이 좋아하시는 예상안을 드리자면 이스트 사이드에 위치한 호텔 중에..."
결국 둘은 다음날 호텔에서 눈을 뜸. 루치의 억지에 꺾였던 스팬담도 이쯤되면 어쩐지 이게 하룻밤 추억 만들기 같은 게 아닐 것 같다는 예감이 들어... 퉁퉁 부운 몸이 뭐가 좋은지 치근거리는 걸 보니 염병이 났구나 싶어짐.
세면하러 가는 걸 따라오더니, 감은 눈끼리 부비면서 눈꺼풀 안쪽 점막이 미끌어지는 게 만드는데 솔직히 졸라 열받음. 스팬담은 피부가 푸석한 편이지만, 아무리 건조한 살성이어도 사람 눈가에는 끈적한 기름기가 있어서 이렇게 부빗거리면 잠시간은 뻑뻑하게 들러붙어있을 수가 있단 말임. 볼로 눈가를 누르면 눈동자에 점막이 들러붙었다 떼어지는 소리가 '주륵'하고 들리는데 그게 좋단다.... 충혈된 얼굴을 꾹꾹 누르면서 행복해 함... 존나 변태 같아서 불쾌함. 근데 이런 의외성과는 별개로 얘는 진짜 통제 불가능한 존재가 맞는 듯. 그렇다고 이걸 변덕스럽다고 하기에는 성향을 몰랐을 뿐 원래부터 이랬던 것 같음.
그래서 스팬담은 말을 많이 하기보다는 루치가 뭐라고 하는지 열심히 들어주기로 함. 원하는 건 되게 단순함. 같이 있어달래. 만지게 해달라고도 하고... 통보 대신 요구를 한다는 것부터가 과거와 판이한 지라 스팬담은 왜 달라졌냐고 묻고 싶었지만, 그렇게는 못하고 달리 가장한 질문을 함. 앞으로도 계속 이럴 작정이냐고. 그러면 루치는 은근 뚱해져서 대답을 피함. 이것도 의외이기는 했음. 전생의 루치는 자기가 이용하고 농락한 상대방이 호소어린 질문을 해도 [그렇다] [그렇지 않다]를 당당히 지껄이시는 스타일이셨으니까... 그것도 아니면 질문자의 주제를 비웃었겠지? 갖은 의외성에도 불구하고 그 잔혹성은 여전했음.
하여튼 먼저 관두자고 하면 또 지랄할테니까 언젠가부터 그런 제한을 물어보는 것도 관둠. 어차피 저질러 버린 거. 이 생은 이런가 보구나 치고 할 일을 하자...
그러다 보면 혹시 또 모르지, 저놈 속이 보일지?
그러던 와중에 수사중이던 용의자의 사무실에서 실종자들의 여권이 대량으로 발견되었다고 함.
"그래도 이건 정황 증거일 뿐입니다. 카르텔이 구매한 아이들은 대개 남부 경계선 너머의 나라와 그 도시에 흩어져 있을 거고, 그들의 여권을 소지하고 있었다는 증거만으로는 용의자와 실종사건의 연관성을 입증하기 어려워요. 오히려 여권도 없는데 어떻게 국외로 나갈 수 있나고 주장하겠죠..."
스팬담이 부정적인 견해를 말하자, 루치는 그러지 말고 신문할 때 자신과 함께 들어가달라고 제안함. 스팬담이 변호사를 상대하면 자신은 녀석이 민감하게 반응할 떡밥으로 자극해보겠다는 제안이었음.
"또 뭘 하려고?"
스팬담이 입을 가리고 자기 귓가에 소근거리자, 루치는 비웃음을 머금고 대답함.
"아뇨, 별건 아니고... 그냥 여자 문제입니다."
이름이 에바였던가.
키득거리는 목소리가 비릿하고 잔인하다...
"문제가 많은 동거인을 보호하고 있거든요."
여자친구를 약점 삼아 후벼파겠다는 소리였음... 완급조절이야 잘되니까 문제될 것은 없겠다만... (루치와 스팬담은 이런데서 쿵짝이 잘맞는다) 저 사악한 미소를 좀 어떻게 개선시킬 수 없는 걸까?
그러자 어디선가 변호사가 자신의 의뢰인을 찾는 소리가 들렸음.
데릭 씨의 변호사입니다... 제 의뢰인을 찾으려면 어디로 가야합니까?
이제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할때였음.
루치와 스팬담은 서로 시선을 교환하고 유리창 너머의 용의자를 바라봄.
데릭 맥코이, 가라앉은 눈으로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저 남자가 앞으로 있을 모든 일의 도화선이 될 것도 모르고.
https://youtu.be/Ae0gJNCaEvo?si=l81npWMRqFC6ggT6
https://youtu.be/lpp276WKvWM?si=knVpVAjbAU65uz-y
